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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아프리카 법률시장의 새로운 길을 열다–김현종 MEA로펌 대표변호사
    • 2021-07-01
    • 조회수 184
     

    김현종 변호사는 중동·아프리카 진출 대한민국 1호 변호사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의 지역법무팀장으로 5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두바이사무소 경력 2년을 거쳐 현재는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 ME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발생하는 수많은 위기와 갈등을 해결하며 현지 전문 한국인 변호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그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무수한 도전의 기회가 있는 가능성의 땅이다.
     

    도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두바이는 ‘다른 삶’에 대한 비전으로 선택한 땅이었다.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결혼을 했지만 서른 살 넘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던 나는 일반사병으로 군대 복무를 하게 됐다. 이때 앞으로의 삶에 대한 비전으로 다가온 것이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제대 후 다시 복귀한 사법연수원에는 이슬람법학회가 생겨 있었다. 나의 고민을 잘 아시던 이슬람법학회의 지도교수께서 LG전자 두바이에서의 실무 수습을 제안했고, 선뜻 그 기회를 붙잡았다. 2달간의 실무 수습 기간, 다들 척박하다고 하는 두바이의 환경이 내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2009년 당시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 150개 정도였지만 한국인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국내 법률가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결코 작지 않음을 파악했다. 현지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LG라는 한국기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점 역시 중동·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수원 과정을 수료하던 시기, 운 좋게도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넓히려는 LG전자가 두바이에 중동·아프리카 지역법무팀을 만들면서 내게 기회가 왔다. 현지 법무팀장직이었다. 이미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시장분석도 어느 정도 되어 있었고,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도 모두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 영어였다. 당시 외국을 나가본 경험이라고는 신혼여행으로 필리핀을 가본 것이 전부였다. 업무 초반에는 계약서 2장 보는 데 2시간씩 걸리며 끙끙댔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6개월 정도 지나자 조금 숨통이 트였고, 3년 정도 후에는 영어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었다. 부족한 언어 실력은 법무 영역의 전문성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사항이었다.
     

    LG전자 사내 법무팀장으로 두바이에서의 업무 강도는 매우 높았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79개국을 관할국으로 30개국에 있는 법인이나 지사를 관리해야 했다. 물론 전부 혼자서 할 수 없기에 초창기 주요한 업무로 조직화에 힘썼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터키, 알제리 등 시장 규모가 큰 지역에는 국가별로 담당 변호사들을 채용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주요사건들에 대해서만 두바이에 있는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법무팀장으로서의 역할은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슈 중 가장 결정적인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장의 상황을 직접 보고 대면을 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았다.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CIA World Factbook의 국가정보를 달달 외웠다. 현지 정보를 파악하면 발생한 문제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5년간 일하는 동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거시적인 그림은 충분히 그려 놓은 상태였다. 법률가로서 조금 더 실제적인 법무를 수행하려면 로펌 경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마침 법무법인 태평양과 중동 진출가능성을 협의했고, 아시아 최초로 두바이에 사무소를 차린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2년 반 동안 활동하게 됐다. 로펌에서의 업무는 사내변호사의 업무와 범위가 다르다.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에 진출한 기업과 관련해서는 주로 건설 플랜트 사업이 많아 해당 분야의 자문을 맡았고, 한국 기업의 시장조사와 투자나 진출 시 사업화 분석 및 자문 업무를 많이 담당했다.

     

    중동·아프리카 법률시장의 특징 및 가능성

    사내변호사와 로펌 변호사로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딪히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해왔다.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 분야는 크게 자원개발이나 플랜트 사업, 소비재 사업, 무역업 정도로 볼 수 있다. 공사 지연이나 클레임 대응, 에이전트와의 계약 해지로 인한 갈등, 채권 사고 등이 주로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 아프리카 지역은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어려움들이 제법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패로 인해, 사법 처리 과정에서도 실제 규정이나 법령과 다르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특징은 우리 기업이 상대하는 현지기업의 주체가 대부분 현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나이지리아인과 직접 거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인이 CEO거나 사업의 실질적 경영권자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업 초기의 시장조사 단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소위 말하는 ‘먹튀’ 사례도 태반이다.
     

    실제 운영과정에서 법률과 현실의 괴리가 있지만, 식민지배의 영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영국, 프랑스 등의 법제를 기반으로 한 법률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률 관련 업무 및 운영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사업가들은 협상의 달인들이다. 단순히 협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가족경영 형식이다 보니, 일정 기간 후 담당자가 로테이션 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선 협상의 물꼬를 트더라도 3~4년 후 새로운 담당자에게 다른 소리를 하는 것도 경험했다. 최악의 경우 소송에 17년~20년이 걸리기도 한다.

     

    국가의 통제가 심한 나라들과 거래할 때에는 외환관리가 상당히 어렵다. 한 번은 아프리카 어느 국가에서 우리 기업이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중간에 법령이 개정이 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급입법에 의한 조치이므로 불법이라는 주장을 계속했지만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중앙은행과의 협상을 진행한 끝에, 관련 세금을 내고 추후 투자를 약속해 결국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었다. 무려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당시 깨달은 점이 있다. 굉장히 느리긴 하지만, ‘중동·아프리카라는 지역에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부패가 심한 국가들의 경우, 사법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쉬워 보일 때도 있다. 오히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고위 인사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 빠르고 확실한 해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반부패법이 전 세계를 관할권으로 적용되기에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다. 뇌물죄로 크게 처벌받은 지멘스(Siemens)의 사례처럼 말이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과 위험 요소에 대한 경험들이 쌓일수록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확실한 분쟁해결 전략은 ‘소송’을 통한 ‘협상’을 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사법절차가 불투명하고 협상의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잡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해 놓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협상에 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오랜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다.
     

    워낙 위험요소를 예측하기 힘든 아프리카 시장이다 보니,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준비와 위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현지 법률과 사정에 밝은 전문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오랜 해외생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정책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지 않는 한 기업이 제대로 된 지역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슬람법학회를 통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전문가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이슬람법학회 출신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3~4명 정도지만, 더 많은 도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중동· 아프리카를 향한 관심이 많아질수록 지역전문가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고, 많은 정보와 사례는 더욱 투명하고 용이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 MEA

    2017년 6월, 8년간의 중동 아프리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전문가들과 함께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기 위한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 MEA(Middle East and Africa)를 설립했다. MEA의 전문가들과 함께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는 물론 건설 플랜트 관련 자문이나 국제중재 등 분쟁해결, 금융, 조세, 특허, 물류, 통관, 신용장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각 국가별 현지 네트워크 및 주요 국가별 제휴 로펌을 확보했고, 네트워크 및 현지 파트너 펌들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현지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에 대한 수요는 오랜 현지 생활을 통해 파악해온 것이다. 한국기업이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그때그때 관리해야 하는데, 사내변호사가 미처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 많기에 현지에 있는 로펌을 통한 근접 지원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기존에는 영미권 로펌이나 중동·아프리카 현지 로펌이 자문을 맡아 해왔지만, 한국인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로펌으로 대체할 경우에는 의사소통 및 진행 면에 있어 당연히 훨씬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중소, 중견 기업은 현지로 사내변호사를 파견하기가 힘들다. 이들 중소, 중견 기업의 위험 관리를 위해 현지에서 사내변호사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로펌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 중견 기업은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부티크 로펌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큰 편이기도 하다.
     

    법률문제 해결엔 무엇보다도 중동·아프리카 현지법을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사항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현지 로펌을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현지법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현지 로펌을 곧바로 찾아 가게 되면 언어와 비용문제 등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실정과 한국의 법체계를 잘 아는 한국변호사가 먼저 사안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현지 로펌을 찾아 긴밀한 협조 아래 문제를 풀어나가야 제대로 사안을 확인할 수 있고 적정한 비용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기업을 위해 적정한 자문비용의 집행, 효율적 업무진행, 신속한 업무 지시 등 현지 로펌을 관리할 수 있는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의 현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MEA의 특화된 기능이자 강점이다. 현재 MEA는 두바이 사무소에 3명의 변호사를, 서울 사무소에 2명의 변호사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기업 가운데 본사는 서울사무소와, 현지 지사와는 두바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4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또 한국에서 현장으로 나가거나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일,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이나 분쟁 해결 및 관리를 두루 커버하기에도 좋다. 고문을 포함한 10여명의 전문위원은 각 지역에서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지역전문가와 언어전문가, 현지법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한국 최초의 중동·아프리카 전문 법률사무소다 보니 당연히 시행착오가 여럿 있다. 무엇보다 큰 애로사항은 현지에서 해당 지역의 사건에 대한 판례나 법령들을 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개된 법률 정보가 한정되어 있고,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한 번에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힘들기는 하지만 직접 하나라도 사례를 더 찾고, 일일이 분석하고 예측하며 자료를 쌓아가고 있다.
     

    MEA의 최종 목표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각국에 변호사를 두는 것이다. 로펌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도 중동·아프리카 국가로 국내 변호사들을 파견해서 지역전문가를 많이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싶다. 법률가가 지역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지에 나가 있는 법률가는 사업과 정치, 문화를 전부 고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현지 지사를 내는 방식으로 국내 변호사들이 현지로 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10년 후에는 중동·아프리카 모든 국가에 MEA 로펌의 전문 변호사들이 상주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선택한 삶이 아닌 다른 길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또 그 길이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World Korean(월드코리안뉴스) 2021. 07. 01.

     

        김현종 변호사는 중동·아프리카 진출 대한민국 1호 변호사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의 지역법무팀장으로 5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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